어두운 무대가 밝아진다. 단상 아래의 객석은 아직 소란스럽다. 어린 소년들의 시선을 무대 위에 고정되지 않고 저들끼리 모여 있다. 시즈쿠는 그 웅성거림 위에 올라서듯 단정한 걸음으로 바닥을 울린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반쯤 내리깔았던 눈을 뜬다. 눈꺼풀 아래에서 쉬던 파란 눈동자가 조명 아래에서 불꽃처럼 반짝인다. 피아노 선율이 속삭이고, 작은 입술이 열린다. 투명하게 뻗어 올라가는 음색은 가련하게 이야기를 자아낸다. 한숨 같은 소절이 애절함을, 강하게 한 점으로 향하는 목소리는 짙은 열망을 드러낸다. 호흡이 가빠올 정도로 농밀한 감정들이 가녀린 몸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자아내듯 이야기를 그린다. 조명의 열기 아래 하얗던 뺨이 붉게 물들고, 저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던 몸은 봄꽃처럼 피어난다. 천..
0. THE FOOL–바보순수, 열정, 시작, 행운충동과 무모함 [고난과 아픔이 가득할지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시작의 여행자] THE MAGICIAN-마법사지성, 의지, 통제, 이치와 원리, 정신력사기꾼, 의도의 이중성, 선 또는 악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닌 지성인] 2. THE HIGH PRIESTESS-고위 여사제신비, 성모, 정신적 모성, 지식이 아닌 지혜침묵,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무형의 것 [길을 찾는 자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길잡이] 3. THE EMPRESS-여제풍요, 번영, 물질적 생산, 하늘에서 부여받은 권능, 자비절제 없음, 사치, 방종의 가능성, 낭비 [제한이 없는 풍요의 성장과 자비를 주는 권능] 4. THE EMPEROR-황제방어, 보호, 세속에 제한되는 권능..
1부의 과거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어리석었던 이슬레이의 이야기, 이슬레이는 머리가 좋았다. 미숙한 시절이 있었을지라도 한 번 익힌 것은 잊지 않았다. 요령, 기억력,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몸에 새긴 후로는 여러 요소를 종합해 완벽한 사람이 되어 갔다. 타인은, 우스웠다. 자기보다 더 아래에서 기고 있는 존재들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한 번의 결정적 실수로 잃어버린 사람과, 그 후회, 그리고 그 시절에서 침체되어 있는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주변 인물들은 편리한 말, 도구, 꼭두각시, 혹은, 이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격하되었다. 고작 게임, 그래봐야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의 인간들도 우스울 터인데 게임 속에서 만나는 것들이야 말해서 무어할까. 라이퀴아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