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가 끝난 어느 평화로운 날-동거설정-캐붕 있음-유치한 김독자 나옴 *김독자는 제 스스로 무척이나 무던한 인간이라고 여겼다. 취향도, 입맛도, 성격도 까다롭지 않았으며 특별히 고집하는 성향도 없었다. 자연스레 흘러가고, 주어진 삶에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란 그에게는 무척 쉽기만 했다. 그랬기에 김독자는 자신했다. 유중혁과 함께 살아가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상상 이상의 전개와 개연성을 깨부순 사건들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법이었다. 김독자는 생각했다. 아, 엿 됐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 위에는 온통 빨간색 과채류로 만들어진 요리들이 올라가 있었다. 물론 이것들을 만든 사람은 유중혁이며, 먹어야 할 사람은, 누구겠는가. 바로 김독자였다. *발단은,..
*엘런루디 100일 기념 짧은 로그*자리를 비운 엘런을 기다리는 루디 단정하게 정리된 방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차이가 있다면 방에는 불이 꺼진 채였고, 인기척 하나 없었다는 점 뿐. 나는 램프를 든 채 그 방 안으로 천천히 발을 들였다. 주인이 없는 방. 아주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라 해도 며칠간 듣지 못한 목소리, 마주하지 못한 얼굴이 그려졌다. 쓸쓸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희미하게 방에 밴 종이와 잉크 냄새가 느껴졌다. 네가 사무를 위해 쓰는 방은 오히려 침실보다도 생활 흔적이 많았다. 책상 위 잉크병과 펜, 서가의 서류, 책갈피를 꽂아둔 책. 평소 책상 앞에 앉아 빼곡한 글씨를 읽어 내리는 모습이 그려져,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지만, 거기에..
늘 그랬듯 마틴은 서재의 창가에 걸터앉아 편지를 건네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페브라는 태엽의 관리자라고 해도 실상 의무와 역할로 바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간은 짧은 여흥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오늘도 마을은 평화롭게 굴러가고 있었다. 마틴의 입에서 듣는 소식도 몹시 평범했다. 사소하고, 온화하고 작은 말들. “아, 이제 돌아갈 시간!”“그래, 오늘은 비교적 길게 있었으니. 일에는 문제없겠지?”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에 평소 마틴이라면 바보취급 하지 말라며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마틴은 늘 그랬던 것처럼 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마틴?”“미안, 시간이 없어. 괜찮아, 일은 전부 마쳤으니까.” 마틴은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있던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