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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24p 중철

2000원


앙상블스타즈 스토리 엘레멘트 기반의 독백입니다.

상당 부분 자체적인 캐해석과 대사가 포함됩니다.


츠무기 파트와 나츠메 파트로 나눠지며 소제목으로 구분됩니다.





이하 샘플입니다.









<파랑새, 과거의 장>

 

 

 

 

 

 

 

 

 

 

 

 

 *

나의 유년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불행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어딘가 기댈 곳이 없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었어요. 타인에게 의존적이었다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어머니가 붙잡은 것은 하필이면 종교였습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확고하게 믿음으로써 맹신하게 되는 것. 기억하기로는, 어머니는 아버지와 무척 자주 싸웠던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밤,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니는 종교단체에 대해 악의 섞인 비난을 하고, 어머니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불경하다는 듯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주 가끔, 아침이 되었을 때 거실에는 유리나 자기 등의 파편이 떨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나는 어느 샌가 그 광경을 보면서도,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예배인지 집회인지 모를 것에 나가는 날이 많아, 집에 돌아온 사람 중 누군가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유리조각을 주워 모아 버리는 것은 내 역할이었습니다. 때때로 파편에 다치는 때도 있었지만, 금방 나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나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 종교단체에서 빠져나오고 나면 아버지와 함께 돌아와서는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츠무기, 엄마가 미안해.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거야.]

 

처음에는 믿었고, 두 번째엔 실망했고, 세 번째를 넘어서는 다친 곳 없이 돌아와 준 것이 그저 다행이었습니다. 구할 길 없이 약하고 불안정한 사람이어도, 내 어머니였고, 내 가족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는 중에 결국 우리 가족은 갈라지고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가사에 익숙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비운 상태에서도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혼 이후에는 집안 물건이 깨지는 일이 거의 없어져 오히려 쉬워진 편이었습니다.

 

드물게도 제법 장기간, 어머니가 안정적이었던 때는 유능하기로 이름난 점술가가 한참 과격한 사상의 종교에 빠져있던 어머니를 그 단체에서 빼왔던 덕분이었습니다. 신비로운 현상이나 무형적 존재에 빠져들기 쉬웠던 어머니는 금세 그 점술가에게 매료되어 종교에 대한 것을 잊다시피 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현실 도피적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최소한 여태까지의 종교단체와는 달리 헌금을 주기적으로 요구해 집안을 망가트리지는 않았으니까요. 나는 지금도 그 점술가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네 앞에서 상처입어 피 흘리는 내가 보이지 않아?]

 

나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상처 같은 건, 누구나 받는 것이고, 언젠가 잊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츠무기, 너는 왜 내 친구로 있어줬던 거야?]




*

소리 하나 없는 도서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망가진 시계 속의 초침처럼 거기에 머물러 있는, 하잘 것 없는 부속품. 나는 그 상태에서 멍하니 떠올렸습니다.

 

[그래서야 너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염려가 섞여있던 그 말을, 나는 그때 어째서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모두가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이렇게나 슬픈 것이었음을, 상처는 몸에만 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에 새겨질 수 있음을 안 것은, 너무나도 늦은 때였습니다.

 

저지른 죄의 무게는 무겁고, 숨이 막히고, 도망칠 수 없이 깊었습니다.




*

오래 전 무뎌진 마음은 고통에 무지해 희망만을 노래했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 거짓말을 하고 현실을 외면하며 그저 꿈을 꾼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픔을 알게 된 후에도 유년기를 떠올려 보아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실감하게 된 이후에도 내 고통은 여전히,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

참회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용서를 구한다니, 그런 뻔뻔한 짓은 불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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